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것이 20년이 넘어간다. 97년 11월, 경제부총리가 심각한 얼굴로 TV에 나왔다. 이날 이후로 나라경제는 어려워졌고,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그때 나는 대학졸업반이었다. 부끄럽게도 IMF가 뭔지, 구조조정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태백, 사오정과 함께 경제 한파를 맞으면서 돈의 힘을 쓰라리게 경험했다. 돈은 하루아침에 사람을 쓰러뜨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흑마술이었다.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이때부터 돈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 같다. 물론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대놓고 그러지는 못했다. 돈은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이 되어갔고, 상식, 윤리, 도덕을 뛰어넘는 절대가치로 자리 잡았다. 사실 교회도 한몫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만한 복음의 가치를 지켜내지 못했다, 자본의 논리에 편승하거나, 탐욕을 정당화하는 가짜 복음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시궁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쓴물이 고이고, 감정의 끝물이 소용돌이쳐도, 심지어 영혼의 절반이 동이 나도 그냥 내버려둔다. 그리고 모든 불행의 이유를 돈으로 해석한다. 돈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돈이 많아지면 괜찮을 거라고...

일종의 중독현상이다. 기억하기 싫은 어제와 불안하기만 한 내일 속에서 당장 손에 잡히는 돈의 위안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불안해서 돈을 잡을수록 더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돈의 늪이다.

2019년 나라경제가 나쁜 성적표를 내밀었다. GDP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2.0% 아래로 내려갔고,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되어간다. 아마 2020년의 겨울은 올해보다 더 추울지 모르겠다. 기우인지 모르겠지만 목사로써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이 있다. “돈 탓, 남 탓”에 마음을 빼앗겨 은혜와 사랑을 잊어버릴까봐 염려된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 없어도 살 수 있다. 필요하면 주님이 주신다. 제발 돈 때문에 진짜 중요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