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추운 한주였다. 갑작스러운 강추위에 경기북부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충청도 이남에는 때 아닌 폭설이 쏟아졌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삼한사한’이 계속되면서 올 들어 제일 추운 주일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히터를 틀고 열선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수도꼭지가 모두 꽁꽁 얼었다. 화장실에는 고드름이 열렸다.

그런데 강추위보다 우리의 가슴을 더욱 춥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일명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파 뉴스를 잘 듣지 않았다. 아이가 당했을 고통과 부모가 가했을 폭력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잔인했기 때문이다. 마음 한 구석이 동상에 걸린 것 같이 얼얼하고 통증이 느껴졌다. 한파보다 더 지독한 영혼의 추위였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파가 몰아친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리뇨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가 빚어낸 재난이다. 초등생 사건의 원인은 3대에 걸쳐 내려온 대물림 폭력 때문이라고 한다. 매 맞는 아들이 때리는 아버지가 된 셈이다. 약자를 향한 무관심과 방임이 낳은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계속되는 한파와 늘어나는 충격적 사건들 때문에 우리의 몸과 마음이 점점 냉랭해진다는 것이다. 추위에 집밖을 나가기가 싫어지고 충격에 마음을 열기가 불편해진다. 머물고 싶고 그냥 지키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한파와 충격 가운데 마음을 녹일만한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월요일 폭설을 뚫고 청양에 문상을 내려갔다. 힘든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을 당한 교우를 걱정하며 위로하였다. 그렇게 위험한 빙판길을 따스한 여행처럼 다녀왔다.

그뿐만 아니다. 매일 새벽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회 앞자리를 지키며 기도하는 교우들의 믿음이 내 영혼을 따스하게 데웠다. 강대상에 올려놓은 따뜻한 차 한 잔이 세상 어떤 음료보다 맛난 위로가 되었다.

지난 한주는 분명 추웠다. 하지만 추위가 더해 갈수록 교우들의 사랑은 더욱 따뜻해졌다. 우리 교회는 그런 교회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