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해왔던 친구이니 말 그대로 죽마고우가 맞다. 우리가 친구가 된 것은 도덕선생님 때문이다. 선생님께 잘 배워 친구가 된 것이 아니라, 잘 얻어맞아 친하게 됐다.

수업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셨는지 심각하게 꾸중을 하셨다. 하필 그때 눈치 없이 웃음이 터졌다. 친구가 던진 손수건 통닭을 참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사정없이 맞았다. 친구는 얼굴이 터져 양호실에 실려 갔다. 나는 친구 몫까지 더블로 맞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린 친구가 되었다.

이후 우리 셋은 다른 길을 걸었다. 버스운전기사, 물리치료사, 그리고 목사... 성격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형편도 달랐다. 그런데 여전히 친구로 남았다. 각자의 길을 걸으며, 서로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얘들아, 나 신대원 가.” “그럼 목사 되는 거냐?” “어 아무래도... 좀 안 어울리지?” 어색한 커밍아웃...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친구에게 목회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너 그럴 줄 알았어. 착하잖아. 좋은 목사 되라.” 얼큰하게 취한 녀석이 축복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나는 목사가 되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친구와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마음에 짐으로 남았다. 친구에게 예수님을 전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커져갔다.

교회에 부임한 후 초청주일 때마다 전도대상자에 친구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꼭 와라. 친구 초청하는 주일이야.” “나 같이 못된 놈이 어떻게 교회를 가니? 나중에 갈게.” 하지만 친구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난 기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성민아, 나 허리가 안 좋아.” “그래? 마침 형님 병원에 갈 일이 있는데 같이 가자.” 함께 대전을 향했다. 친구와 하루 여행을 떠난 셈이다. 이때다 싶었다. 마음에 담은 얘기를 했다. 내가 왜 예수님을 믿는지... 친구가 왜 교회를 나와야하는지...

“알았어. 한번은 갈게. 조만간” ‘나중에’가 ‘조만간’으로 변했다. 작은 변화이지만 소망이 되었다. “그 말 나 믿는다.” 웃으며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손이 예수님 손이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