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교회 주위를 배회하는 분이 있었다. 등산복에 등산가방... 처음에는 쉽게 지나쳤다. 하지만 같은 차림으로 주위를 돌아다니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띠였다. 그러던 중 그분이 교회에 들어오셨다. 아직 어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까만 안경을 쓰고는 예배당 구석에 앉아계셨다.

신경이 쓰여 전도사님께 눈짓을 했다. 요동치 않고 기도에 열심을 내시는 통에 직접 나섰다. 마침 그분은 교회카페에서 호두과자를 렌지에 데우고는 커피 한잔과 함께 브런치를 하고 계셨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에...” 질문이 갑작스러웠는지 급히 짐을 챙겨 나가버리셨다. 인정 사납게 쫓아낸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도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아 안심했다. 권사님들이 기도하시는데 방해가 될까봐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친 후 예배당 불이 꺼졌다. 그리고 몇 분 후 문을 열고 빼꼼히 카페로 들어가는 분이 있었다. 바로 그분이었다. 이 정도면 조치가 필요할 듯싶었다. “선생님, 시간 되시면 저하고 얘기 좀 나누실 수 있나요?”

댁이 어디신지 여쭸다. 의정부 **동이란다. 거처가 있으신지 물었다. 집 나온 지 일주일이 넘었단다. 창고에 올라가서 노숙자 사역물품을 꺼냈다. 그리고 노숙자쉼터 주소와 약도와 함께 드렸다. “여기 가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숙소지원프로그램도 있어요.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그리고 다음날, 다시 교회를 찾으신 그분을 모시고 결국 쉼터로 향했다. 복지사분께 상황을 설명 드리고는 교회로 돌아왔다. 한 시간 후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죄송한데요. 말없이 가버리셨어요.”

많이 거슬렸다. 거슬리다 못해 불편했다. 그래서 신속 친절하게 정리하려했다. 그런데 더 불편해졌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뭔가 싶어 기도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 마음에 사랑의 배터리가 바닥나 버린 것을... 섬김은 사랑이 먼저다. 같은 봉사를 해도 사랑으로 하면 다르다. 내가 참 못나 보였다.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다시 하나님 마음에 나를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