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란다. 생각보다 쑥쑥 자란다. 자라는 것은 부모의 기쁨이지만 한편으론 섭섭함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쑥쑥 자라면 부모도 함께 자라야한다.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 재설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업그레이드인데 아이의 성장에 따라 부모의 마음그릇을 넓혀야 한다.

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축복을 얻었다. 어떻게 신사가 되는지, 어떻게 숙녀로 자라는지 간접체험하고 있다. 먼저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공감과 부러움을 느낀다. 어릴 적 내가 느꼈던 백가지 감정들과 내가 누리지 못한 백가지 혜택들이 아들 가운데 있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아들과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편하다. 더구나 아들이 나보다 착한 것 같아 감사하다.

하지만 딸은 다르다. 한 마디로 신세계다. 새로운 세상이다. 백화점처럼 복잡하다. 어제까지 괜찮던 것이 오늘은 안 괜찮은 게 된다. 아침에 맞던 말이 저녁에는 틀린 말이 된다. 나는 딸을 키우면서 감정의 능력을 배운다. 감정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그 흐름은 많은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더구나 딸은 아들보다 폭풍성장을 한다. 많이 빠르다. 그래서 변화를 따라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빠, 내 방에 들어오지 마. 오빠도 내 방에 들어오지 마.” 일타쌍피... 아들과 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아빠, 예지 싫어.” “그래, 나도 싫어. 근데 이건 싫은 게 아니라 다른 거 같아.” 위로 아닌 위로로 아들을 부둥켜안는다. 잠시 후 따님이 작은 주머니를 하나를 놓고 갔다. 열어보니 쪽지가 있었다. ‘아빠! 미안해. 내가 뭐하고 있을 때만 뭐 하지 말아줘. 알겠어? 어쨌든 사랑해.’ 아예 갖고 논다. 그런데 난 멍청하게 웃고만 있다. 그리고 주머니 안에는 장난감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이렇게 다른데, 같은 하나님 안에서 거듭난 우리는 어떤가 싶다. 다른 것이 당연하고, 힘든 것이 맞다. 그래도 진심은 같다. 사랑도 같다. 그리고 우리 주머니 안에는 보석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