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계속 시체놀이를 해요? 무슨 일 있어요?” 다그치듯 아내가 낮잠을 깨웠다. 안하던 행동을 하니 이상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그렇다. 며칠 동안 잠이 밀려왔다. 피곤과 무기력, 그 어느 중간쯤의 잠... 덕분에 독서도 쉬고 공부도 방학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주시는 잠 같지는 않았다. “몸이 이상해. 무겁고 자꾸 축축 늘어지네.”

며칠 지나면 괜찮을 듯 했다. “저번에 무리해서 그렇겠지...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 게지...” 하지만 정확한 답이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으니 결국 핑계인 듯 했다. 그래서 땅거미가 내리면 중랑천을 걸으며 마음을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내 마음 속에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담임목회 5년차... 선배목사님들께 명함 내밀기조차 부끄러운 시간이지만, 내 목회인생에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달렸던 시간이었다. 의정부로 이사 왔고, 외미를 만났고, 교인들과 눈을 맞췄고, 교회를 고쳤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범 무서운지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던 것 같다. 경험도 부족하면서 준비도 모자라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그래서 상처가 많았다. 실수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둘 중 하나다.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성도들의 인내...

몇 번의 내상을 겪고 난 후 모난 성품이 깎여지고 다듬어졌다. 심지어 나름 착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두려움이 생겼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은 우리를 움츠려들게 만든다. 시야를가 좁히고, 변화에 소극적이 되게 한다. 어쩌면 쏟아지는 잠은 두려움을 피하려는 방어본능일지 모르겠다.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도했다. “주님, 이젠 하나님 때문에 담대하게 해주세요. 떨치고 일어나게 해주세요.”

기드온은 겁쟁이였다. 삼손은 엉망진창이었다. 다윗은 소년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용사로 세우셨다. 자신의 힘이 아닌, 주님의 힘으로 그렇게 만드셨다. 나는 그들의 하나님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동일한 역사를 이루실 것을 믿는다. 자리를 걷고 다시 기지개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