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 이름인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잘못을 보면 화가 난다. 아이들의 부족을 보면 걱정을 한다. 또한 재능과 가능성을 보면 부모로써 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부모는 죄인이라고 하는 것 같다.

지난 주 한 어머니의 죽음이 화제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냥 어머니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향년 92세, 세례명 데레사, 1ㆍ4 후퇴 월남 실향민, 달걀 행상, 연탄장사... 故 강한옥 여사의 삶을 소개하는 이름은 많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어머니”라는 이름에 묻혀버렸다. 어떤 부모보다 무겁고 버거운 짐을 지고 산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자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하다. 아무리 잘 해도 칭찬 받기 힘들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온갖 비난을 받게 되는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다. 그 힘든 자리에 아들을 올려놓고 마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는 부모는 없다. 영광은 잠깐, 분명 부담이 컸을 것이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들에 의해 전해진 강 여사의 평소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평범했다. “겸손함 그 자체인 분이셨어요.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변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한번쯤은 대통령 어머니라고 자랑할 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평소대로 아픈 교인을 돌보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옷차림은 소박했고, 행동은 조신했다. 그리고 매일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려고...

고인이 남긴 마지막 말은 “그래도 행복했다.”였다. 불편하고 버거운 위치였지만 아들을 위해, 아들의 뒤에 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했던 것이다. 갑자기 우리 교회 어머니들이 생각났다. 작은 교회를 위해, 부족한 목사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는 낮추고, 기도의 목소리는 높이시는 진짜 어머니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 같다. 이분들이 옆에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 우리 어머니들 때문에 하나님께서 부흥을 주실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