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마다 나를 긴장시키는 일이 있다. 검사를 위해 내분비내과에 가는 것이다. 당화혈색소검사는 일종의 성적표다. 이에 따라 치료약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수치가 심각해서 약과 주사를 병행했다. 그러나 교우들의 기도 덕분에 주사는 멈췄고 약도 줄었다.

그런데 이번 검사는 좀 불안했다. 지난 3개월 동안 관리가 부족했고, 신경 쓸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 한번 혼나고 다시 시작하지 뭐.”마음을 정리하고 병원에 갔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혈당이 오르고 체중이 좀 늘었어요. 그래도 정상범위네요. 한번 약을 끊어볼까요?” 담당의사의 말씀이 믿어지지 않아 재차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되나요? 이번에 좀 신경을 못 썼는데요.” “괜찮아요. 일단 한 달을 끊어보고 다시 얘기하죠. 대신 체중을 줄이고, 하루에 만보 이상씩 걸으세요.”

뜻밖의 소식에 얼떨떨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다시 걷자. 다시 관리하자.” 마침 목회연구기간과 겹쳤다. 이때다 싶어 조용한 곳에 가서 기도하면서 많이 걷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됐다. 하루에 만보 걷기...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는 터라 걸음수를 측정되었다. 보통 하루에 삼사천보 걷기도 힘든데 만보를 걷는다는 게 만만치는 않았다.

첫날 겨우 만보를 넘겼다. 사나이 자존심에 천 걸음 더 걸었다. 그리고 둘째 날 18000보... 발바닥이 아려서 저녁에 온찜질을 했다. 그리고 셋째 날 드디어 이만보를 걸었다. 안될 줄 알았는데 그게 가능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23000보를 넘겼다. 걸으면서 스스로 흐뭇했다.

물론 걷는 것은 재미있지 않다. 지루하다. 첫 걸음 내딛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내가 이만 보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기도하며 걸었기 때문이다. 말이 기도지 겉으로 보면 혼자 말하고 답하는 웃긴 모습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기도하며 걸으니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이렇게 걸으며 살아야겠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계신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걷는 것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