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아이들 때문에 좀처럼 짬을 내기가 어려운데, 주위분의 도움으로 갑자기 시간이 생겼다. 일단 극장부터 갔다. 딱히 들어오는 영화가 없어서 제일 빨리 시작하는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하필 만석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제일 앞좌석에서 고개를 바짝 들고 봤다.

“조커”라는 영화였는데 배트맨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박쥐 한 마리도 보지 못하고 나왔다. 감상평부터 하자면 “매우 어두움”이다. 희극배우를 꿈꾸는 신경증 환자가 어떻게 붕괴되는지, 어떻게 살인자가 되는지를 추적하는 영화였다.

주인공은 절망의 종합세트였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방치로 점철된 불우한 어린 시절, 일자리는 변변치 않았고,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냉대와 조롱 속에 주인공은 절망의 끝으로 내몰린다. 결국 점점 미쳐버렸고, 자신만의 광기서린 희극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며 웃는 장면이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웃음이 터져 나오는 병 때문이었다. 울지 못해 웃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은 말 그대로 Joker, 광대 같은 인생이었다.

처음엔 왜 이런 영화가 만석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들의 얼굴을 보고 수긍하게 되었다. 바로 시대 공감...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는 울음을 참아야 하는, 감정을 감춰야하는 곳이 돼버렸다. 그게 프로고, 그게 어른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감춰진 감정은 분노가 되고, 그쳐진 눈물은 병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이 꼴이 돼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말씀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 하라(사 50:1)” 지금 우리에겐 진짜 교회가 필요하다.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주의 소망을 심어줄 교회 말이다. 그런 교회가 되고 싶어 지난 몇 년간을 뛰어왔다. 그런데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 많이 답답하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밭을 갈다가, 씨를 뿌리다가 끝나더라도 멈추지 않으련다. 충성이 열매요, 소망의 끈임을 믿기 때문이다. 상황은 언제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오늘도 다시 소망으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