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오늘 나오실 거죠?” 아침결에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 있는데 변 집사님께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대뜸 찬양대 야유회 참여여부를 물으셨다. 말이 질문이지 강요에 가까웠다. “글쎄요. 점심에 누구를 만날까 하는데요.” “그러지 말고 무조건 오세요. 한 자리가 남아요.”

물론 목사가 남은 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아니다.ㅋㅋ 그럼에도 집사님께서 에둘러 말씀하신 것은 쑥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복잡해졌다. 갑자기 생긴 없던 일정... 쉬지 못하는 빨간 날... 그래서 단순해지기로 했다. 교인들이 만나고 싶다는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데... 피하는 건 목사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10시까지 교회로 갈게요.”

사실 걱정되었다. 갑자기 태풍이 올라오고, 돼지가 열병으로 쓰러지는데 야유회가 가능할는지... 취소되면 또 분위기는 어떻게 할는지... 그래서 조용히 기도했다. “하나님, 함께 해주세요.” 시간이 되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린 것이다.

“목사님, 저는 처음으로 교인들하고 나들이를 가는 거예요.” 한 집사님이 신나게 말씀하셨다. “집사님 때문에 하늘이 개였나 봐요.” 다른 권사님은 기쁘게 맞장구를 치셨다. 그런데 그 말이 맞았다. 이토록 맑고 푸른 가을하늘이 있었던가 싶었다. 하나님이 준비해주시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풍경이었다. 그날 나는 인생사진을 건졌다. 수목원에서 무심코 찍은 사진에 기가 막힌 하늘 한 자락이 걸렸다.

그런데 맑은 하늘과 기가 막힌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 바로 해맑게 웃는 교인들의 얼굴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여러 상황이 우울하고, 화날 일이 많은 요즘, 함께 숲을 걸으며 얘기 나누고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맑은 하늘 기운에 흠뻑 젖는 듯했다.

“나오길 잘했어요.” “저두요. 같이 바람 쐬니까 좋아요.”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지휘자님이 쏘신 커피, 참 맛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렇게 읊조렸다. “하나님, 우리 교회 하늘도 이렇게 열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