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특새는 여러모로 내게 의미가 있었다. 하나님께 죄송한 얘기겠지만 “기대치 않은 은혜”가 있었다. 먼저 5편의 설교를 잘 준비하고 완주를 한 것이 은혜다. 사실 예전 특새처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준비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주제도 중간에 바뀌었다. 변명하자면 마음이 많이 바빴다. 그리고 솔직히 지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가을은 그냥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도들이 예상보다 많이 참여하셨다. 그게 은혜였다. 아마 가을 특새 역사상 제일 많이 모인 것 같다. 물론 개근상의 위력(?)이 조금 거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새벽에 모여 예배하는 성도들의 눈에는 “억지로”가 없었다. 갈급함과 사모함이 있었다. 그래서 담임으로써 많이 미안하고 많이 고마웠다. 나보다 나은 교인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또 위로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지인들의 전화가 많았다. 교회를 방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하나 같이 좋은 말을 해줬다. 칭찬, 격려, 그리고 작은 선물까지... 사실 나는 이런 것 좋아한다. 물욕이 있거나 인정욕이 있어서가 아니라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한주는 온탕이었다.

“하나님, 어떻게 하죠? 제 안에 새로움이 없습니다. 했던 설교 또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새 설교를 할 생각 말고 새 마음이 될 생각을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용보다 마음에 더 힘을 쏟았다.

하루는 부담감 때문에 책 한 장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갑자기 자라고 하셨다. 그래서 책을 덮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날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준비가 태산인데 그렇게 자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날 새벽, 설교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기도로 때웠다.ㅜㅜ;;

특새 마치고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우리 교인을 사랑하시는 주님을 믿기 때문이고, 우리 교회를 지키시는 주님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기대치 않은 은혜를 주신 하나님이 우리가 기대함으로 나아갈 때 더 큰 은혜를 주실 줄 믿는다. 꼭 그렇게 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