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모로 목사로서 부족한 사람이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강단에 서는 것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매번 많이 떨린다. 그래서 강단에 설 때마다 시선처리가 불안하다. 어디를 봐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 만나는 것도 아직 낯설다. 때때로 곤혹스러울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만난다. 그렇지 않으면 되도록 사람 없는 길로 다닌다. 그러다 인사라도 받을 양이면 멋쩍은 표정으로 응대한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 중 가장 힘겨운 것은 목사노릇이 많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목사상은 엄숙하고 품위 있으며 진중한 아버지상이겠다. 하지만 난 그것이 잘 안 된다. 쑥스럽다. 속이 오그라든다. 연기하는 것 같아 민망하다. 그래서 반대급부로 탈 권위에 집착하거나, 내면적 품위를 선호하는 것 같다. 모두 많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가끔씩 교우들이 요구 비슷한 권면을 할 때가 있다. “목사님, 옷에 좀 더 신경 쓰시면 어떨까요?” “예배 전에 강단의자에 앉으셔서 기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의 말이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이 나를 아끼셔서 하는 말씀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명쾌한 대답 대신 웃음으로 때운다. 나이가 더 먹으면 변하려니 하고 넘겨버린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강단의자에서 앉아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의자에서 방석을 내려 무릎 꿇고 기도한다. 생각이 달라져서가 아니다. 익숙해졌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순종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뒤통수가 뜨거워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기도한다. 나로서는 엄청난 변화이다.

“하나님,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 집중이 잘 안됩니다. 남보라고 이러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하라고 하신다. 그게 좋다고 하신다. 이유를 여쭈었다. 교인을 앞장서서 먼저 무릎을 꿇으라고 하신다. 그건 부담이 아니라 사명이라 하신다. 부족한 목사를 세워 가시는 하나님... 못난 성도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 아무래도 하나님은 많이 답답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