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나만 아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뎠다. 놀라서 급히 난간을 붙잡다가 손가락을 접질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새끼손가락이었고 또 크게 다치지도 않은 것 같았다. 며칠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연고 바르고 몇 번 주무르다가 말아버렸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뭘 집을 때마다 힘이 잘 붙지 않았다. 생각 없이 손을 쓰다가 통증으로 멈칫 거리기도 했다. 생활 곳곳에서 이런저런 불편함이 나타났다. 새끼손가락의 위력이랄까? 그동안 신경 써주지 않은 것을 각성하라며 일인시위를 하는 듯했다.

아프기 전에는 새끼손가락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접질린 후에야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작은 손가락의 수고를 깨달았다. 소지(小指)는 약속할 때 사용하는 낭만적인 손가락만은 아니었다. 약지를 도와 물건을 지탱하기도 하고, 미세한 위치를 조정하는 디테일한 손가락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이 많을 것 같다. 작으나 꼭 필요한 것, 대수롭지 않은 듯 하나 꼭 있어야 하는 것들...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 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 (고전 12:23)

많은 지체들이 모여 생명을 이룬 것이 우리 몸이라면, 많은 성도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룬 것이 교회다. 그래서 교회에는 우리 몸처럼 크고 작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중 중요하지 않은 교인은 없다. 모두 하나님께서 부르신 자녀이며, 소망을 품고 계시는 백성이다. 목회란 이 영혼들을 향한 주님 소망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소망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성장은 항상 통증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 통증은 서로의 귀중함을 깨닫게 한다. 채워야할 사랑의 분량을 고민하게 만든다. 손가락이 아파서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달은 것처럼 우리 교회도 성장통을 넘어서서 더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