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은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노회 장로회연합회에서 주최한 25주년 수련회에서 순서를 맡았기 때문이다. 사실 내 짬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시무장로님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80여분이 참여하셨다. 장로님 부부, 목사님 부부로 구성되었으니 말 그대로 교회 하나인 셈이다. 태풍이 올라와서 과연 떠날 수 있을지 걱정했으나 바람 위로 비행기는 날았고, 비를 피하며 일정은 진행됐다.

나는 사실 단체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도 숫기가 부족한 탓에 낯선 분들과 같이 있는 것이 정말 부담스럽다. 더구나 노회장님 및 선배목사님들과 동행해야하니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계급장 떼고 와이셔츠 벗고 티셔츠 차림으로 만나서 그런지 생각보다 편했다. 그리고 장로님을 비롯한 주최 측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왔다.(감사^^;;)

무엇보다 생각지도 않은 감동을 얻고 왔다. “곶자왈환상숲”을 탐방하였기 때문이다. 제주를 몇 번 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제주에서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이었다. 이곳 이름이 곶자왈인 이유는 “넝쿨 숲”의 제주방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마구 나무를 베어 숯장사를 했던 탓에 숲에 큰 나무가 없고 넝쿨만 남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소나무들은 칡이나 등 넝쿨에 매여 고목으로 말라버렸다.

어느 날, 뇌경색 판정을 받은 장로님 한분이 이곳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처럼 버려진,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이 땅을 일구고 가꾸기 시작했다. 숲은 살아났고, 꼼짝 않던 손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이곳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전하는 숨 쉴 곳이 되었다.

아내와 숨터에 내려가 제주 뿌리에서 올라오는 자연 숨을 마셨다. 그 장로님은 이곳에서 숨을 쉬면서 절망을 내뱉고 소망을 마셨다고 한다. “하나님, 우리 교회요... 이런 곳이 필요합니다. 이런 곳이 되게 해주세요.” 목사는 교회를 떠나도 교회 걱정뿐이다. 주님도 분명히 그러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