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사생활은 특별한 것 같다. 개인의 사적 생활이 아니라 교인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사회적 생활이다. 그만큼 사랑받는다는 의미일 것이고, 책임감 있게 살아야한다는 부담이겠다. 그래서 1년에 한번 오는 휴가는 진짜 사생활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많은 목사님들이 휴가 때 해외로 떠나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목사님, 이번 휴가 땐 어디로 가실 거예요?” 나를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한 성도가 여쭈셨다. “글쎄요.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올 휴가는 그렇게 됐다. 신경 쓸 일이 많았고 여유가 없어서 준비시기를 놓쳐버렸다.

교역자 휴가를 먼저 챙기고는 아이들 방학 끄트머리에 날짜를 잡았다. 급하게 알아봤더니 강원도 고성에 남은 리조트 방 하나가 있었다. 이 기회에 가족봉사를 하자싶어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휴가를 떠났다.

비좁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빡빡한 패키지관광을 쫓아다니지 않아 더욱 좋았다. 오고가는 길에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이들은 비행기보다 넓은 차에서 싸우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여행스케줄, 식당 섭외하느라 검색 왕이 되었다. 더구나 휴가철 막바지인데도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다.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고쳤다. “또 다른 사역의 연장^^;;”

그때쯤 교회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목사님, 장례가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요. 당연히 가야죠. 제가 국내에 있는데요.” “그래도 휴가신데 괜찮으시겠어요?” 속으로는 ‘어차피 사역 중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회자의 체면을 지켰다.ㅋ “담임목사가 휴가가 어디 있겠어요. 주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사역의 연장입니다.”

의정부 찍고, 김제 찍고, 집에 오니 밤 2시가 다됐다. 그런데 마음이 평안했다. 사역 같은 휴가, 휴가 같은 사역, 기쁨으로 감당하니 그만이었다. 갑자기 하반기 사역방향이 잡혔다. “사역을 휴가 같이, 기쁨으로” 스스로 담임목사처럼 느껴졌다. 자뻑 목사인 게 들킬까봐 한번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