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힘들지 않으세요?” 아내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몇 주 동안 교우들에게 심심치 않게 들은 질문이다. 대답은 “Yes, but No” 혼자 있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또 힘들지만도 않았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혼자됨이 낯설었지만 나름 살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밥 달라는 도둑 게의 다닥거림에 새벽을 시작한다. 예배를 마친 후 아침은 은혜로 금식, 밥 대신 말씀을 채우고, 밀어놓은 집안일을 한다. 기도회, 심방, 사역준비, 이런저런 미팅... 사역을 마치고 나면 여유를 내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인근 중고서점... 오늘은 어떤 책이 나왔는지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찾던 책이 나오면 뒤도 안보고 달려간다.

원래는 가까운 대학도서관에 정기권을 끊고 다녔다. 그런데 주차비, 연체료가 쌓이면서 기독서점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과 사장님 눈치 때문에 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찾게 된 곳이 중고서점...

깨끗한 책을 반값에 살 수 있고, 마음 놓고 책을 볼 수 있어 좋았다. 2시간 무료주차까지 가능하니 금상첨화였다. 무엇보다 도서관 냄새가 마음에 들었다. 갓 볶은 커피 한잔을 들이키면 여기가 천국인 듯싶었다.

한번은 심방을 다녀오다가 전도사님과 함께 들린 적이 있다. 딸랑 커피 한잔 사주면서 온갖 생색을 다 냈다. “여기가 좋으신가 봐요.” “네, 요즘엔 여기가 교회보다 더 좋을 때도 많아요.” 전도사님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저는 천국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도사님은 이상한 듯 되물었다. “천국에 책이 필요할까요?” “안 필요해도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목사님께서 쉴 곳이 필요한가 봐요.”

그 말이 맞았다. 세상의 더위에 피해 쉴 수 있는 피서지... 내게 필요한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마음 쉴 곳이었다. 그곳이 교회고 공동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의 바람은 매번 무너진다. 쉼을 구하는 사람은 많으나 쉼이 되기 원하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책방에 자주 들릴 것 같다. 더위가 지나가면 다시 열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