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광복 74주년 정부 기념식이 열렸다. 매년 열리는 행사였지만 이날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대통령의 기념사 때문이었다. 한일 간의 경제외교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고지도자가 하는 연설은 향후 정책방향과 깊이 연관되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대통령의 기념사는 매우 차분하고 절제된 어조였다. 국민의 70% 이상이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비상한 상황 속에서 국민감정을 이용하지도 않고, 일본의 적의를 자극하지도 않았다. 물론 대통령이 대안으로 제시한 평화경제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지만, 막장 지도자들의 막말이 대세인 요즘, 지킬 건 지키겠다는 기본자세가 돋보였다.

지금이 위기인 것은 확실하다. 경제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국민감정도 그렇다. 하지만 파도 없는 바다는 있던가? 굴곡 없는 인생, 위기 없는 태평성대는 한낱 환상일 수 있다. 문제는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이다. 그리고 위기를 잘 극복하면 기회는 다시 오기 마련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생사가 걸린 위기가 있었다. 모스크바 쥬코프 공항에서 크림반도로 향하던 항공기가 추락했다. 이륙 직후 갈매기 떼와 충돌하여 엔진 2개를 잃었다. 233명의 목숨이 위태했던 상황... 하지만 위기는 비극이 아닌 감동으로 마무리됐다. 승객 모두 무사했다.

기장의 위기대처방법이 주효했다. 활주로에서 1km 떨어진 옥수수 밭에 비상착륙한 것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장은 착륙기어를 넣지 않고 동체 그대로 착륙했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기장은 갑자기 영웅이 되었다. 쏟아지는 언론의 찬사에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훈련 때 비상시에 동체 착륙하는 법을 배웠던 것처럼 침착하게 대처했을 뿐이다.”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기장의 대답은 바울의 권고와 같았다. 위기는 기본으로 승부한다. 기본에 충실할 때 위기는 하나의 장애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말씀, 더 기도, 더 순종... 지금 우리에게 이만한 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