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바꿨다. 2년간의 노예약정이 끝나고 새 폰으로 갈아탈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말했다. “쓰던 폰이 멀쩡한데 왜 바꿔?”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폰은 정말 깨끗이 썼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 스마트폰이 너무 스마트해지면서 더 이상의 스마트한 폰이 필요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말했다. “그래도 바꿀 거야. 잘 안보여.”

나는 예전에 잘 알지 못했다. 어머니 핸드폰 글자가 왜 항상 “가장 크게”인지를... 담임목사님은 왜 글자폰트 12, 줄 간격 180 이상으로 보고서를 올리라고 하셨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눈이 어머니 눈이 되고서야, 내 안경이 목사님 돋보기가 되고서야 이해했다. 눈은 나빠지고 시야는 좁아졌지만, 이해의 폭은 넓어진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많다. 그 당시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서야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면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내 안에 갇혀있는 낡은 이해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행동하고 판단하기에 앞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말씀이다. 영적인 시각은 하나님을 바라볼 때 확장되는데 주님의 눈으로 영혼을 바라볼 때 비판이나 다툼 대신 긍휼과 용서를 베풀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 자신을 향해 창과 칼을 겨누는 자들을 용서해달라고 간구하신 이유... 숨을 거두시는 그 순간까지 그들에 대한 이해를 거두지 않으신 것이다.

새 폰을 들고 집에 왔다. “이거 봐, 정말 선명해. 크기는 1.5배인데 생각보다 가벼워.” 미안해서 지레 핸드폰 자랑(?)을 한다. “그래, 잘 보이네. 잘 써.” 아내 얼굴이 밝다. 그래, 오늘도 무사히... 그리고 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