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헝가리에서 감당하기 힘든 비보가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킬만한 북한외교관 처형소식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았다. 복권이 당첨된 것이 아니다. 요셉이가 백점을 받아온 것도 아니다. 교회주차장 문제가 해결돼서도 아니다. 기분 좋은 이유가 지극히 유치했다. 그냥 야구 때문이었다.

5월 들어 연패의 늪에 빠져있던 LG가 3연승을 했다.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가 8승을 거두었다. 덕분에 LG는 5위에서 3위로 껑충 올라갔다. 류현진 선수는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가 되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 내가 응원하는 선수... 그들의 승리가 나의 승리인양 기뻐했다. 심지어 얼마동안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생각해보니 내가 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무고한 생명들이 그렇게 희생되었는데... 나라상황이 이만큼 안 좋은데... 마냥 행복해하는 내가 철없어보였다. 나는 LG선수 중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없다. 류 선수는 더더욱 나를 알 리가 없다. LG 주식을 사놓지도 않았고, 류 선수에게 안부문자 한번 받은 적 없다.

그런데 우울하고 답답할 수 있었던 하루가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팬심 때문이다. 팬심이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운동선수건 연예인이건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이다. (참고로 우리 아내는 BTS팬이다. 소극적이긴 하지만 BTS 핸드폰 액세서리도 샀다. 비밀;;) 팬심은 상황과 환경을 초월한다. 그래서 그 사람 때문에 꿀꿀한 하루가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다.

비약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나를 비롯한 많은 신앙인들이 힘겨워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오늘의 힘든 현실 때문만은 아닌 거 같다. 우리가 받은 구원, 우리가 사랑하는 예수님, 우리가 아끼는 교회는 변치 않고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우리 마음이 아닌지... 팬심보다 못한 신앙인 것 같아 부끄럽다. 빨리 신앙생활의 지긋한 연패를 끊고 재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