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역, 장담을 못 드리겠네요. 저도 아직 적응이 안돼서요.” 의료봉사 준비에 바쁜 박혜원 목사님이 벌컥 말씀하셨다. 허가신청이며 장소섭외며 참여홍보며 말보다 발로 뛰었다. 며칠 동안 함께 동행하며 이런 마음이 들었다. 많이 외로우셨겠구나... 보건소 직원은 투덜거렸다. “우리 식구들부터 먼저 챙겨야죠. 그 사람들 도와봤자 고마운 줄 아나요?” 주민센터 직원은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해봐요. 진짜 답이 안 나오네요.”

그도 그럴 것이 낭만을 꿈꾸던 사역자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다. 콩나물시루에 물 붓는 것보다,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더 험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다시 버려진 땅이 되었다. 아프리카사람들은 맥락 없이 돋아난 잡초처럼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박 목사님이 아프리카난민들을 만나게 된 것은 1년 전이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교회를 방문한 나그네들이 갑자기 4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어떻게 할지 교인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10명 채 되지 않는 교인이 네 배의 손님들을 돕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었다.

어떤 고민이 오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교인들은 이 사역을 감당하기로 정했다. 재정이 넉넉해서도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아니다. 단지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는 그 사실만으로... 긍휼의 이름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모임이 자리를 잡을 즈음 문제가 생겼다. 예배장소가 흔들리게 되었고, 의견이 엇갈린 아프리카인들이 교회를 떠났다. 아마 이때가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다. 사역을 접을만한... 하지만 교회는 오히려 동두천으로 터전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사역하다가 제 풀에 지쳐 무너질 것 같아 두려워요. 무엇보다 제가 이분들을 신뢰할 수가 없으니...” 난 담담히 대답했다. “그래서 목사님을 만나게 하신 것 같아요. 성공할 사역이 아니라 필요한 사역을 해야 예수님 제자잖아요.” 목사님은 크게 웃었다. 그 말이 맞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새 사역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