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같이 가실 수 있으세요?” 전도회장님께서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1여전도회 권사님들과 함께 방문하는 곳이 있다. 권씨상회... 권사님들과 30년 넘게 거래를 해온 젓갈집이다. 오랜 거래동안 사장님은 어머니에서 아들로 대를 이었고, 고객 역시 세대교체를 했다. “저는 상관없어요. 그런데 권사님들이 매년 고생하셔서 어째요.”

목사가 젓갈집 따라다니는 것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에누리와 흥정이 오가는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멋쩍게 뒷짐 지고 서 있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나를 많이 아끼시는 교우들은 가끔 충고하신다. “이제 그만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올해도 난 두말 않고 함께 길을 나섰다. 교회에서 보기 힘든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젓갈은 너무 짜네. 이거는 껍질이 씹혀서 별로야. 아 요건 일본산이라 안 되겠어.” 가게에 들어선 권사님들은 젓갈 소믈리에로 탈바꿈한다. 짠 건 매 한가지인데 권사님 입에는 뭔가 달라도 다른가보다.

“사장님, 이거 얼마에 줄 거에요. 작년에 ○○만원 했는데...” “어머니, 올해 젓갈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그 가격은 힘들어요. 차라리 중국산으로 가져가세요.” “안돼요. 우리 교인들이 먹을 건데... 제일 좋은 걸로다가 싸게 가져가야지.” “아 또 이러시네. 그러면 정말 남는 게 없어요.” “그래도 줘 봐요. 일부러 의정부에서 여기까지 왔잖아.”

결국은 권사님들이 이긴다. 그런데 희한한 건 사장님도 같이 웃고 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나면 스타렉스 안에 젓갈냄새가 넘친다. 퇴근길 걸릴까봐 빨리 액셀을 밟았다. “권사님, 그냥 배달시키시면 안돼요? 힘드신데...” 전도사님이 조심히 여쭌다. “우리도 그러고 싶은데 와서 먹어봐야 좋은 젓갈을 사니까요. 모두 우리 가족들이 먹을 거잖아요. 좋은 걸 가져와야 마음이 편하죠. 그리고 교회차 사는데 작게나마 거들 수도 있으니까요.” 딱 엄마 마음이다. 이 마음으로 30년 동안 이 길을 다니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 젓갈은 짜지 않고 달콤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