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교우들이 함께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교회부임 후 처음 드리는 신년예배라 적잖이 신경이 쓰였다. 인터넷을 뒤져 led 양초를 구입하고 공을 들여 동영상을 만들었다.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뭔가를 시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새해 첫날을 늦잠으로 시작했다. 피로가 가시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양가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밤늦게 귀가해서 새벽강단을 준비하면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들었다. ‘새해의 시작을 원래 이렇게 보내야 하나?’

의아해할지 모르겠으나 송구영신예배는 한국교회만의 특별한 문화이다. 내가 아는 한 새해 첫날 자정에 예배를 드리는 나라는 없다. 물론 하나님께 한해의 첫 시간을 드린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지만 밤늦은 예배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자료들을 뒤져가며 송구영신예배의 기원을 알아보다가 은혜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첫 번째 송구영신예배 이야기이다.

1885년 12월 31일, 10명의 선교사들이 모여 철야제야기도회를 드렸다. 한국에 온지 채 일이년이 되지 않은 그들은 낯선 선교현장에서 막막한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여러 사역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기도 외에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막 9:29)

기도회는 새해 첫 자정을 넘겼다. 그들은 오로지 한 가지만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 개종자 한명을 허락해주십시오.’ 그만큼 갈급했으며 절실했다. 이 기도에는 교단도 파송국도 중요하지 않았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기에 기도회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해 7월 18일 기적이 일어났다. ‘노춘경’이라는 첫 세례자를 배출했다. 그리고 그해 마지막 날 선교사들은 다시 모였다. 더 많은 개종자들이 생기도록 기도했다. 1887년 9월, 23명의 교인으로 새문안교회가 시작되었고 얼마 후 정동제일교회가 세워졌다. 불과 몇 년 만의 꿈같은 일이었다.

올해 송구영신예배에는 반드시 한 영혼을 위한 기도를 드려야겠다. 한 영혼이 돌아오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하나님이 허락하신 2016년, 모든 교우들이 영혼을 품고 기도하는 열심을 다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꿈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