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제대로 못하면 다음은 없대요.” 신규사업런칭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교회 찬양대원의 비장한 각오이다. 부활주일을 앞두고 칸타타 준비를 시작했다. 주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밤늦게까지 모여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피곤에 지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주고픈 마음에 쓸데없이 예배당 안을 배회했다.

지휘자님이 오신 후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칸타타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동의했다. 그러나 연습이 길어짐에 따라 생각이 많아졌다. ‘대원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지휘자님이 지레 힘 빠져버리시면?’ 사실 우리 교회 수준으론 버거운 칸타타였다. 물론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겠지만, 그 다음을 염두에 두어야하는 목사의 마음이 복잡한 법이다.

“목사님, 이렇게 자꾸 시도해야 실력이 늡니다.” “네, 대신 행복하게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말 찬양대가 주일예배에 섰다. 25분이 넘는 찬양...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지막 찬양 때 대원들의 반짝이던 눈빛이 마음에 남았을 뿐...

그러나 사람은 항상 처음 같지는 않은 법이다. 시간이 지나며 대원도 늘고, 곡 소화능력도 좋아지고, 소리도 나아졌다. 하지만 뭔가 모를 부족함이 느껴졌다. 내 생각에 그건 절실함 내지는 간절함 같다. 소리가 완성될수록 의욕과 기대가 잦아진 것은 아닌지...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시 칸타타를 시작하는 지휘자님의 심정은 말 안 해도 알 것 같다.

“집사님, 성례 성찬을 한주 뒤에 할테니까 자유롭게 준비하세요. 힘 내시구요.” 월요일 아침, 지방에 내려가시는 지휘자님께 전화 한통을 꼽았다. “네, 목사님 감사합니다.” 웃으며 대답하시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부활주일 아침이 밝았다. 강단을 채우는 찬양... 제일 잘했다. 무엇보다 제일 은혜로웠다. 물론 밥심이 모자라 마지막 찬양이 덜 우렁찼다. 하지만 그게 더 좋았다. 떨림들이 느껴졌다. 하나님께 최선을 드리고 싶은 그 마음을 보았다. 고맙다. 기대된다. 그리고 주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