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통계청에서 주목할 만한 지표가 발표됐다. “한국인 해외이주자 현황”인데 해외로 이주할 목적으로 외교부에 신고한 출국자 숫자이다. 작년 한해 한국을 떠난 해외이주자는 6257명이다. 5천만 인구를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이지만, 문제는 증가율이다. 전해 대비 330%가 늘었다. 무려 3배 이상의 사람들이 새 환경을 찾아 떠난 것이다.

사실 해외이주자는 지난 7년간 꾸준히 감소세였다. 2011년 22,628명이던 이주자가 2017년에 1,443명으로 줄었다. 학자들은 감소요인을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으로 분석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물 설고 낯 설은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그러면 해외이주자 숫자가 갑자기 급반등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보나마나 답은 뻔하다. 그만큼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뜻이다. 차라리 나가서 고생하는 것이 희망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계속 악화되는 여러 경제지표가 말해주듯 우리는 분명 오늘 고난 가운데 있다.

무능한 정부 때문일까? 아니면 고약한 노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악랄한 대기업이나 보수언론 때문일까? 원인을 따지자면 정치적 논쟁으로 치달을 게 분명하다. 국회에서 끊이지 않는 니 탓 내 탓 공방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진실 하나가 남는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법을 찾아도 앞길이 묘연하다.

지난 주 노회를 다녀와서 머리가 많이 복잡해졌다. 나는 교회정치를 잘 모르지만 노회 안에 멈추지 않는 대립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몇 시간 멍하니 의사진행을 바라보며 한 가지 질문만 머리에 돌았다. “과연 일이십년 후에도 이 노회가 남아있을까?”

요즘 교인은 옛날과 다르다. 내구성이 떨어진다. 분위기 안 좋으면 바로 뜬다. 다른 교회, 다른 교단, 심지어 카톨릭에까지 떠난다. 그들이 진짜 신앙인인지에 대한 질문은 접어두자.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니 이 모양이다. 사람들이 교회에게 원하는 것은 고난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길을 함께 걸어주는 것이 아닐까? 나부터 먼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