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이렇게 많지 않았다. 항상 처음은 적당했다. 그러나 어느새 너무 심하다.” 해묵은 정치얘기가 아니다. 우리 집 옷장 얘기다. 나는 옷을 많이 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옷장에 옷 넣을 공간이 없다. 얼마 전에는 자다가 옷걸이가 떨어졌다. 콘크리트에 단단히 못질을 했건만 그 지경이 되었다.

기억으로는 분명 몇 달 전 옷을 잔뜩 버렸다. 일 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옷, 살이 줄어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 과감히 버렸다. 그런데 다시 장롱이 미어진다. 아무래도 우리 집 옷장은 화수분인 것 같다. 고민하다가 결국 억지로 구겨 넣었다. 구석에 처박힌 옷은 잘 살고 있는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괜히 옷장에게 미안하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따라 결정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즉 습관이 곧 삶이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미어지는 옷장과 떨어진 옷걸이는 내 삶과 무관하지 않겠다.

버리지 못하니 이 모양이다. 정리하지 못하니 엉망이다. 아무리 옷을 적게 사도 1+1=2이다. 이 당연한 셈을 인정하지 않으니 옷장도 마음도 그 모양이다. 미련은 욕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 이제는 알 때도 되었다.

개신교인은 더욱 그렇다. 버리는 것에 익숙해야하고, 정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정통을 가장한 전통이 많고, 전통을 가장한 불통이 많다. 그래서 교회는 항상 복잡하고 시끄럽다.

우리 교회는 어쩌면 모자이크와 같다. 3-4년 동안 이곳저곳에서 모인 연합공동체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는 몇 개의 문화, 몇 개의 가치가 혼재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잘 활용하면 어벤져스가 되고, 실패하면 오합지졸이 된다. 성공의 길은 하나다. 각자의 옷장을 정리하자. 그리고 함께 예수의 옷장을 만들자. “이 교회”가 아니라 “우리 교회”가 되고, “우리 교회”가 아니라 “예수 교회”가 될 때 주님은 우리를 크게 사용하실 것이다. 그렇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