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얼굴빛이 안 좋아보이세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권사님들이 여쭈셨다. 그렇다. 사실 요즘 “많이 바쁨”이다. 그날따라 더 그랬다. 새벽예배 마친 후 금요기도회, 심방, 이주민노동자센터 방문, 선교사님과 미팅, 의료봉사 장비 구입, 그리고 장례 조문까지... 양주, 영등포, 마포, 그리고 철원까지 18시간 연속사역을 했다.

같은 노회 한 목사님은 예배와 말씀사역에 집중하기 위해 심방도 접고, 주중 사역을 최소화한다고 하셨다. 그에 비해 나는 사역중독에 가깝다. 그런데 믿을지 모르지만 나도 쉬고 싶다. 사역에 쫓겨 마음 돌볼 여유를 잃는 것 같아 멈추고 싶다. 우리교회에서 담임목사 게으르다고 욕하시는 분은 없는 것 같으니 더욱 그러고 싶다.^^;;

“다음으로 미룰까요?” 전도사님께 여쭤본다. “목사님께서 기도해보시고 결정하셔요.” 그러면 그때 꼭 전화가 온다. 사람이 찾아온다. 막혔던 길이 열린다. 하나님의 밀어붙임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많은 얘기들을 마음에 가두고 대답한다. “Yes, my Lord.”

종은 주인에 속한다. 주인이 뜻하는 대로 움직인다. 주인의 뜻을 이해하고 기뻐하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종은 순종한다.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아도 순종한다. 주인을 믿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하나님은 선한 주인이시다. 그래서 하나님을 주님으로 시인한 우리는 상황이 좋든지 좋지 않든지 순종한다. 그리고 하나님께 드리는 순종은 절대 실패가 없다. 무엇보다 주님이 우리를 기뻐하신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인은 순종결핍증을 앓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폐단과 상처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신 적이 없다. 모두 우리들이 주고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 상처를 받은 양 순종을 포기하려 한다. 못된 마음을 품으려 한다.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이미 꿈나라... 씻고 멍하니 꺼진 모니터를 바라본다. 지친 내 얼굴이 비친다. 하지만 다시 미소를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