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화장지가 다 떨어졌어요.” “목사님, 창고가 너무 엉망이에요.” “목사님, 카페 등이 나갔어요.” 우리 교회 전도사님들은 이상하다. 목사를 이런 식으로 자주 갈군다. 작은 일 하나부터 큰일까지 틈만 나면 요구한다. 다그친다. 몰아붙인다. “어 그래요? 그럼 사러가야지. 아 그럼 정리해야겠네. 저번에 등 갈은 것 같은데...”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이 있다. 나는 전도사님들의 이런 갈굼이 전혀 밉지 않다. 오히려 미안하다. 왜냐하면 이 요구의 행간을 읽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누가 눈치를 주지 않았음에도 팔을 걷고 짐을 옮긴다. 가끔씩 억울한 소리를 들을 때면 한숨 쉬듯 “주여~”라고 외치며 다시 섬김의 자리로 돌아간다.

전도사는 교역자다. 교역자는 가르치고 인도하는 사람이다. 물론 솔선수범만한 가르침은 없다. 하지만 우리 교회 전도사님들은 좀 과하다. 섬김 중독에 걸린 듯하다. “좀 쉬엄쉬엄하세요.” “그냥 내비 둬요.” 목사가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놔두면 누가 하겠어요?” 그렇게 헌신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 나는 여러 칭찬 중 이 칭찬이 제일 좋다. “목사님은 인복이 있으세요. 전도사님들이 너무 훌륭하세요.”

우리 교회 와서 처음 사역 시작하면서 주일 하루만 설교를 5편을 했다. 수요예배 때는 설교, 찬양, 기도인도... 3인분 사역을 했다. 그렇게 사역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묵상할 여유도 생기고, 마음 돌아볼 시간도 열렸다. 다 전도사님들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는 고마움이다.

지난 금요일, 교역자들이 함께 청평에 답사를 다녀왔다. 닭갈비 한쪽에 따뜻한 밥이라도 사 먹일 양에 출발했다. 그런데 아뿔싸! 때마침 눈발이 날린다. “막히기 전에 빨리 돌아가야겠어요. 저녁 사역 늦을 것 같아요. 맛있는 건 다음에 먹죠.” 또 미안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주님께서 전도사님들을 많이 사랑하셔서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