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이란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여 항상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직을 말한다. 고객들에게 행복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선한 직업이라 하겠다. 하지만 노동자 자신이 상품화되고 소모되므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기 때문에 극한 직업에 속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갑질 사건의 중심에는 거의 감정노동자들이 있었다. 땅콩회항을 할 때도 항공승무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아야 했다. 명품백을 집어던지는 진상고객 앞에서도 판매직원은 언성 한번 높일 수 없었다.

인간은 흙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깨어지기 쉽다. 감정노동자들 역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마음이 깨진다. 번아웃 증후군이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깨진 마음을 주워 담고 되 붙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목사는 성도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감정노동자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여타 감정노동자들과 조금 다른 애로사항이 있다. 감정노동＋진심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목사님이 정년을 5년 앞두고 먼저 은퇴하시며 인터뷰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빠른 은퇴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셨다.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아서요.” 성도들의 고민, 슬픔, 그리고 죽음까지 함께 해야 할 목회자가 공감능력을 잃으면 목회는 사역이 아닌 그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물러난다고 하셨다.

“요즘 찾기 힘든 진실한 목사님”이라는 칭찬댓글이 이어졌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분이 참 안쓰러웠다.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딱딱해져가는 심장을 느끼며 얼마나 괴로웠을까? 목사님은 그렇게 진심노동을 외롭게 감당했을 것이다.

지난 며칠 성도 두 분의 장례를 치렀다. 마치고 마음을 정리하는데 이삼일이 걸렸다. 진심노동을 한 것이다. 마침 사순절의 시작이다. 진심노동을 포기치 않으셨던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다시 희망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