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행사를 마치고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들었다. 밥 먹고 가라고 잡으시는 바람에 마음 놓고 소파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어둔 밤이었다. 오랜 만에 어머니 밥상에서 김치니 짠지니 먹으면서 편안한 식탁을 누렸다. 한가득 싸주신 반찬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라는 존재는 신앙과도 비슷한 것 간다. 힘들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어머니’이고 아플 때면 제일 생각나는 것이 어머니의 된장찌개이다. 어머님이 생존하시고 가까이 계신다는 것이 갑자기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곳에 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까...

집으로 돌아와 주기철 목사님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였다. 일사각오의 신념으로 믿음의 절개를 지키신 목사님의 삶을 바라보며 도전을 받았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목사님이 아닌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어머니...

일본 경찰은 목사님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어머니를 이용하였다. 자식이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지켜보게 한 후 신사참배를 종용하도록 지시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만은 없어 아들을 설득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으시고는 순교의 길을 가는 아들을 위해 가슴을 쓸어 담으셨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혼절하였다. 아들의 아픔을 온 몸으로 당하신 것이다.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신대원 입학을 반대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나를 주의 종으로 서원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려는 나를 붙잡으셨다. 참 목회자의 길이 험하고 참 교회가 서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아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내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셨다. 사역 중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어머니께 기도를 부탁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금식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연로한 몸이심에도 말이다. 우리 교회에는 많은 어머니들이 계신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어머니들이시다. 아마 새해에는 우리 교회가 어머니들의 신세를 많이 져야할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든든하고 한편으로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