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터넷포털사이트 실검순위에 다소 낯선 아나운서 이름이 1위로 올랐다. 또 무슨 스캔들 기사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오랫동안 상위권에 머물러 있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예상과 달랐다. 한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진솔한 고백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그동안 자의반타의반으로 감춰놓았던 부모님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였다. 어머니 역시 8남매의 장녀로 동생을 돌보다가 중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전업주부였다. 한글조차 익숙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방송국 아나운서로 성장했으니, 그녀는 분명 “개천에서 난 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흔치 않은 세상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개천의 용을 희한하게 바라본다는 것... 그래서 개천의 용은 자신의 이력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 역시 그랬다. 주위에서 아버지 직업을 물어보면 건설 쪽 일을 하신다고 얼버무렸다. 그것이 마음을 누르는 짐이 되었다.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진실 앞에 설 수 있는 담대함이 생겼을 때 그녀는 자신만의 참회록을 썼다. “물질적 지원보다 심적 사랑과 응원이 한 아이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뒷받침이 되었다. 나는 여유가 없던 부모의 인생에 목숨을 걸고 생을 바쳐 키워낸 딸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아이는 부모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란다고... 나 역시 그렇게 자랐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두 아이를 키우며 체험하고 있다. “요 모양인 게 아빠 때문이에요. 더 밀어줬으면... 더 챙겨줬으면...” 이런 철없는 말들이 얼마나 마음을 헤집는다는 것을 오십이 다 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의 삶에는 어머니가 있다. 나의 얼굴에는 아버지가 있다. 좋든 싫든 그래서 내가 있다. 여기까지 왔다. 불평을 거두고 사랑을 심을 때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