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 설이 왔다. 올해 설 명절은 주말과 이어지면서 긴 연휴가 되었다. 주일 전 이미 지방에 내려가신 분도 있고, 긴 휴일을 이용하여 멀리 여행을 떠나신 분도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썰렁한 명절이 될 거라 얘기하는 분도 있지만 그래도 설은 설이다.

“설”이라는 단어는 토종 한국어다. 우리말인줄 알고 쓰다가 발등 찍힐 일은 없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설”의 어원은 정확하지가 않다. 대충 세 가지 정도가 있더라. 먼저 “설다. 낯설다.”에서 유래되었다는 썰, 그리고 “서럽다. 섧다.”의 줄임말이라는 썰, 마지막으로 “삼가다.”라는 뜻의 “사리다.”에서 파생되었다는 썰이 그것이다.

어원을 통해 추적해보는 설의 의미는 대충 이렇겠다. 설은 처음 맞이하는 낯 설은 날이고, 한 살 더 먹고 늙어가는 처지가 서글픈 날이다. 그리고 설은 마음을 가다듬고 조신하게 시작하는 새해 첫 날이다.

어떤 어원이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설을 대하는 우리 민족의 감정은 긍정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풍파가 많은 인생이었다. 고난이 많은 역사였다. 그래서 새날에 대한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지난 백 년 동안 기독교와 설날 역시 그렇게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불신자 가정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이때 항상 긴장한다. 차례나 제사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설 며칠 전부터 기도로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맞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죄송하고 또 대견하다. 예전에 심한 갈등으로 힘든 설을 준비하는 성도님께 이렇게 말했다. “집사님을 가정선교사로 파송합니다. 힘내세요. 꼭 웃는 날이 올 거예요.”

그렇다. 설은 낯설고 서럽고 조심스러우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예수 믿는 사람은 설은 새롭게 변한다. 바로 설레임의 설...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하는 설레임... 사랑으로 이겨내며 믿음으로 소망하는 설레임... 물론 힘들 수 있다. 설레임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할 이유는 없다. 주님이 이루실 테니까... 그러니 힘내자. 한 그루의 소망나무를 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