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경기 보다가 TV를 부술 뻔 했어요.” 이번 주 대한민국 남성들이라면 한번쯤 느꼈을 답답함... 아부다비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얘기다. 대한민국 축구팀은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기량과 성과가 더욱 기대를 돋우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중국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8강전에서 카타르의 문을 넘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됐다.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물었다. 연습시간 부족, 해외파 선수들의 피로 누적이라 답했다. 하지만 핑계였다. 패배 후 제기된 원인분석은 “선수관리 실패”였다. 대회 내내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기성용, 구자철 같은 주축선수들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더욱 황망한 일은 의무 트레이너들이 계약완료 문제로 대회 중 귀국한 것이다. 협회 측에서는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빈틈이 많았다는 점은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8강전을 보다가 졸았다. 지루했다. 카타르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공만 돌리는 모습이 연습경기 같았다. 사실 제일 신나게 본 경기는 베트남-일본전이었다. 같은 점수, 같은 패배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달랐다. 베트남은 실력과 체력에서 열세였다. 하지만 정말 잘 싸웠다. 눈물 날만큼 열심히 뛰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난 축구를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보였다. 투지... 그들에게는 빛나는 투지가 있었다. 2002년 우리 선수들에게 있었던 그 투지 말이다.

우리 대표팀은 분명히 그때보다 기술이 늘었다. 훌륭한 선수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투지를 잃은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멋진 우승컵이 아니라 뜨거운 투지인데도 말이다. 비약인지 모르나 교회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세계 최고 최대의 교회가 수두룩한 한국교회...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투박하지만 빛나는 믿음의 열심을 원한다.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섬기는 진짜 교회를 원한다. 우리가 그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믿음의 투지를 잃지 않는 뜨거운 교회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