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준비로 골치를 앓다가 머리 식힐 겸, 기분전환 할 겸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인데 97년 외환위기를 소재로 다룬 팩션영화였다.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하는 기가 막힌 신조어를 만든 IMF사태는 국민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큰 상처이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때 난 대학 졸업반이었다.

금 모으기, 달러 모으기, 에너지 절약하기 등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국민운동이 일어났다. 빨리 IMF에서 탈출하여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대단했다.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IMF는 탈출했으나 나라사정은 어려워졌다. 빈부의 격차는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며, 가계부채비율은 매년 치솟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IMF 이전의 호황을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듯싶다.

영화는 이 얘기를 하는 듯했다. 위기를 막을 수 없다 해도 대비할 수는 있다는 것... 실제로 외환위기의 신호는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리더들이 이 신호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조금만 빨리 대비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신호를 주목하지 않았다. 흥이 난 파티에 찬물 끼얹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목사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한국교회의 오늘과 97년의 그날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교회의 쇄락에 대한 수많은 우려와 경고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위기의 징후들을 강 넘어 불구경 하듯 관망한다. 과거의 영광에만 집착하고 있다.

살기 위해선 변해야한다. 영광이 아닌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핍박 속에서도 믿음으로 기뻐할 수 있었던 처음의 불을 되찾아야 한다. 비록 대부흥의 영광을 재현할 수 없다 해도 새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깨어있는 성도가... 변화하는 교회가 이 일을 할 수 있다. 말이 아닌 능력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축복이 아닌 진짜 복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