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추울까?’ 예상할 수 없는 추위 탓에 시베리아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왜 하필 제일 추울 때 가세요?” 이 질문을 몇 번 받았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야 시베리아죠.”

사실 나는 시베리아땅을 밟아볼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곳은 내게 엄청 추운 곳, 많이 먼 곳, 유배지였던 곳 정도였다. 우연히 선교사님이 찾아오셨고 그곳 얘기를 전해 들었다. 무엇보다 강화된 정부시책 때문에 선교사들이 모두 떠났다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 잠시지만 그 땅에 서서 기도하고 하나님 마음을 나누고 오는 것도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 급하게 일정을 잡고 팀원을 모았다. 두꺼운 옷을 캐리어에 꾸역꾸역 넣어 짐을 꾸렸다. 갑자기 콘서트 준비까지 하는 친구에게 기타까지 빌렸다.

공항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사실 밖에 나서면 바로 동태가 될 줄 알았다.;;) 마중 나온 선교사님을 보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숙소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바로 바이칼 호수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으로 2시간을 달리니, 갑자기 수평선이 펼쳐졌다. 호수가 아닌 바다였다. “장관이네요.” “여기보다 알혼섬이 훨씬 좋아요. 다음에 오시면 그곳에 가요.” 두 시간 남짓 바이칼을 둘러본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사역지 방문하고 현지사역자를 만날게요.”

마을주민이 불태워버린 현지교회를 방문했다. 목사님은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사역을 시작하고 계셨다. 시내에 한참 떨어진 인적이 드문 시골교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묵묵히 교회를 지키고 있는 목회자 가족을 만났다. 모두 귀한 분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겐 더 없이 귀한 시간이었다.

오고 가는 차편 속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눈 덮인 설원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참 외로워보였다. 하지만 참 아름다웠다. 어쩌면 이 땅 위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충성으로 애쓰는 사역자들 같았다. 외롭고 힘들지만 그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주님의 사람들... 돌아오는 길,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역자가 되어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