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입학하고 한 학기 지나서 자체휴강을 했다. 중국선교를 다녀온 후 너무 준비 없이 공부를 시작했고 꼭 도전하고 싶었던 이스라엘 여행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CCM음반을 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끌어다가 1년 동안 휴학했다.

돈은 없고 마음만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열어주셨다. 제일 싼 비행기표를 구해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차를 렌트하여 전국을 돌았다. 성경에 나온 지명들을 다 밟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유대광야였다. 예수님께서 금식을 하시며 사역을 준비하셨던 곳, 엘리야가 이세벨을 피해 달아났던 곳, 다윗이 사울을 피해 숨어있던 곳... 아무 것 없어서 많은 것을 묵상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글을 쓰고 노래를 붙였다.

한국에 돌아와 녹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앨범이 “마른땅 1집”이다. 음반 만들며 참 힘들었다. 기획사 문제로 두세 번 뒤집히고, 자동차 사고로 두 달 입원하고, 제작비가 모자라서 후반작업이 미흡했다. 앨범홍보로 삼 개월, 콘서트로 삼 개월 보냈다. 삼천 장 찍어 거의 다 팔고 조용히 사라졌다. 그렇게 짧은 가수생활은 끝났다. 그 후 나는 그 음반을 잘 듣지 못했다. 들을 때면 마음이 많이 아렸다. 힘들었던 제작기간, 작업에 대한 아쉬움, 기대만큼 흥행 못한 씁쓸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선교사님께 연락이 왔다. “목사님, 여기 와서 콘서트 해주세요.” “네? 그 세계 은퇴한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래도 저는 그 음반 계속 듣고 있어요. 짧게라도 부탁드려요.” 강력한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그리고 먼지가 쌓인 음반을 꺼냈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듣기”를 시작했다. 뭔가가 밀려왔다. 그때는 들을 수 없었던 히든 트랙이 들렸다. 하나님의 은혜... 철없던 시절, 나 잘난 맛에 살던 그 때... 함께 하시고 붙잡아 주신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은 참 이런 것 같다. 그땐 잘 모른다. 어렵고 힘든 것만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춰진 히든트랙이 들린다. 그래서 주님께 너무 죄송하다.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