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서 처음 맞이한 겨울은 낯설음 그 자체였다. 먼저 괴물 같은 눈이 낯설었다. 싸라기 같은 눈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마치 쌀 포대를 들이 붓는 듯이 끝없이 쌓여만 간다. 잠시 후 싸라기는 얼음 덩어리가 된다.

무릎은 족히 넘을 눈덩어리가 겨울이 끝날 때까지 길가에 쌓여 있다. 흰 눈은 회색빛을 띠다가 어느덧 검정빛으로 변한다. 잠시라도 차에 닿으면 스크래치를 낼만큼 단단하다. ‘눈’이 아닌 그냥 ‘돌’이다.

둘째로 낯설었던 겨울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거리 곳곳에 캐롤이 울리고 백화점에는 현란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의 나무들 위에 휘황찬란한 불이 반짝이고 놀이동산을 방불케 하는 크리스마스 바람인형들이 춤을 춘다.

성탄절의 메인 이벤트는 맨하튼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다. 온갖 종류의 캐릭터들과 세계의 모든 인종들이 쏟아지듯 거리를 누빈다. 축제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자랑하듯 끝없는 행렬이 이어진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절정을 향한다.

그런데 정작 뉴욕의 크리스마스에는 없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예수님’이다. 미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가 사라져버렸다. 대신 ‘해피 홀리데이’라는 축제인사만 남았다.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적 차별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성탄절에서 ‘예수’를 삭제해버린 것이다. 성탄절은 주인 없는 생일파티가 되었다. 의미 없는 연말 축제가 되었다. 주인이 없고 의미가 없으니 한마디로 ‘광란의 축제’이다

걱정되는 것은 바위 같은 눈과 광란 같은 축제가 한국에도 상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봄 같은 겨울이 이어지지만 내년에는 강추위가 몰아칠 것이라고 예견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해피 홀리데이’의 문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교적 차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만일 예수님께서 크리스마스에 이 땅을 방문하신다면 어떤 마음을 품으실까? 씁쓸한 미소를 지으시는 예수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우리 교우들만큼은 주님을 기억하는 한주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