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그렇게 하기로 다짐하고 내려왔다. 내가 먼저 살아나야 모든 교인이 살아날 것 같은 마음 때문이다. “하나님, 참 힘들지만 그렇게 할게요. 바빠도 어려워도 하나님께 묻고 듣고 행하겠습니다.”

사역자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풀타임으로 교회를 섬기도록 세우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역을 하면서 묻고 듣고 행동하는 것이 참 어렵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을 해결하고, 먼저 눈에 밟히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버린다.

계획을 짰다. 나의 의지를 신뢰할 수 없기에 시간을 정해서 묵상하기로 했다. 하나님 앞에 가만히 있기로 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어렵지 않았었는데 그만큼 내 방식과 내 의지가 내 삶을 이끌어온 것이다. “하나님, 오늘 어떤 분을 만날까요? 그분을 만나서 뭐라고 할까요?” “하나님, 이 일을 해결해야하는데 어떻게 시작할까요?” 예전 같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하나하나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떤 날은 아무 것도 말씀하시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상해서 묵상하려고 해도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불편했다. “하나님, 마음이 너무 상합니다.” “하나님, 자신이 없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하나님만 찾다가 끝나버렸다.

한주가 지나고 열흘이 지나면서 흥미로운 현상들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음성을 귀기울이다보니 소설 같은 작은 기적들이 나타났다. 갑자기 마음을 이끄셔서 교회에 급히 오니 뜻하지 않은 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새벽에 기도하던 문제가 점심쯤에 우연치 않은 기회로 쉽게 풀리기도 했다.

물론 그전에도 주님은 내게 살아계신 하나님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사실을 좀 더 가깝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느낀다. 일상의 기적, 동행의 축복이 무엇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그렇다. 회복이란 이런 것 같다. 먼 곳, 우리가 목표를 둔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오늘 이곳에서 주님과 동행하며 작은 역사를 이루어가는 것... 여기가 회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