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어디로 가실 거예요?” “글쎄요. 강화도로 갈까 하는데요.”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명확하진 않았다. 매년 이때쯤이면 신년계획 준비로 기도원에 갔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곳이 없었다. 눈만 높아진 탓인지 몰라도 너무 분주하고 시끄럽든지 너무 조용하고 다운되어있었다.

일단 요즘 핫한 필그림하우스에 예약을 넣었다. 그러나 한 달 전 예약완료... 어쩔 수 없이 예약대기명단에 올렸다. 출발 전 확인전화를 했다. “죄송합니다. 예약취소가 없네요.” 하나님께 여쭈었다. ‘어디로 갈까요?’ 대답이 분명치 않았다. 예전에 갔던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나님, 혼자 있고 싶어요. 진짜 저 혼자요.’

구글지도를 열고 무작정 경기북부를 펼쳤다. “기도원 수양관” 검색했더니 빨갛게 몇 곳이 반짝였다. 하나님 뜻을 구했는지 내 기호를 구했는지 모르겠으나 기도하며 찾기 시작했다. 한곳에 마음이 멈췄다. “목회자이고 개인입니다. 오늘부터 며칠 지내고 싶은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오셔도 되는데요. 저희가 지금 식사가 안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한 시간 채 되지 않아 도착했다. 급하게 이것저것 주워 담느라 짐이 넘쳤다. 그리고 시작된 수양관 생활... 첫날 점심에 방문객 두분이 계셨다. 저녁이 되니 모두 돌아가셨다. 심지어 마지막 밤에는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나 혼자 남았다. 기계소리 외에는 내 심장소리가 전부였다.

당연히 묵상이 될 줄 알았다. 아무도 없으니 하나님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시작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미 내 안에 내 머릿속에 수많은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걸 덜어내고 비워내느라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그 다음 하루는 답답함을 열어 부르짖는데 사용했다.

목사가 이 정도니 교우들은 어떤가 싶었다. 더 바쁜 삶과 더 정신없는 일과를 치루고 있는 교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한 만큼 더 염치없이 누렸다. 얼마 후 내가 보이고 우리가 보였다.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이 보였다. 돌아오는 길, 걸음이 다시 무거웠다. 하지만 달랐다. 해볼 용기가 생겼다. 분명 내 마음은 아니었다. 입가에 찬양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