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왔다. 동네 야채가게마다 배추 다발 무 다발이 가득하다. 차를 잠시 멈추고 맛있게 생긴 무 한 다발을 사다가 입에 물었다. 달다. 맛 난다. 진짜 가을무다. “맛있네요, 농사가 잘 되었어요.” 그런데 사장님 대답이 영 시원찮다. “너무 풍년이라 큰일이에요.”

농부는 풍년을 꿈꾼다. 자기 손으로 지은 농사가 많은 결실을 맺기 원한다. 그래서 풍년은 농부의 소망이자 기쁨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풍년이 기쁨”이라는 공식이 깨어지고 있다. 시장의 원리 때문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풍년의 기쁨을 가로막고 있다. 소위 “풍년의 역설”이다.

배추가 올해 워낙 대풍이라 경락가가 떨어졌다. 인건비도 되찾기 어려워 작은 배추는 아예 거두지 않는다. 그래서 수확이 끝난 밭 위에 버려진 배추가 많다고 한다. 배추밭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농사는 풍년이지만 마음은 흉년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의 “자원의 저주”이다. 우리 생각에는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가 잘살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경제적 사회적으로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 후진국이라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는 한 단어로 가능해진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 권력층은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계속 싸운다. 국민들은 광업에만 의존하므로 다른 산업에는 관심이 없다. 사회는 불안해지고 전쟁은 계속된다. 국민들은 희망을 버린다. 결국 나라는 엉망이 된다. 풍요가 빈곤을 초래하는 셈이다. 풍년 속의 흉년이다.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이다. 우리는 무엇을 감사해야할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짜 축복은 무엇일까? 지난 시간, 물질적 축복을 추구했던 교회는 영적인 축복을 잃어버렸다. 축복의 역설, 그리고 축복의 저주... 한국교회의 오늘이다. 풍년 속의 흉년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고 있다. 우리가 진짜 구해야 할 복은 回復(회복)외에 없다. 그렇다. 마음이 먼저다. 은혜가 전부다. 감사가 축복이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풍년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