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하늘이 맑았다. 바람은 조금 차다. 목이 점점 잠겨와 목폴라를 했다. 점심시간 즈음 이전도사님께 전화를 했다. “오늘 갔다와야할 것 같아요.” “목사님, 점심약속이 있어서요.” “그냥 연기하세요.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어요.” 교회에 갔다. 마침 원전도사님도 계셨다. “잘됐네. 전도사님도 같이 갑시다.” “목사님, 제가 새벽설교준비를 해야 하는데요.” “그냥 가요. 시간 없어요.”

삼일교회 전교역자가 작은 차에 올라탔다. 네비를 찍고 마구 출발한다. 목적지는 벽초지수목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잠깐 지나가는 여우비였다. “해가 쨍쨍한데 비가 오네요.” “오늘 비 온다고 했어요.” “그럼 일단 밥부터 먹읍시다.” 오는 길에 눈여겨 본 한식당을 찾았다. 외관과 다르게 사람들로 붐볐다.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반찬이 예술이었다. “여기 정말 맛있어요.” 음식을 사랑하시는 이전도사님이 기뻐했다. “그래요. 어르신들도 충분히 좋아하시겠어요.”

그렇다. 이번 주에 있을 실버섬김나들이 답사를 온 것이다. 이 일 저 일에 쫓겨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짬을 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장소를 물색해야했다. 함께 진행할 전도사님들의 동행이 필요했다.

식당을 결정하고 수목원으로 향했다. 국화꽃들이 반갑게 마중 나왔다. 이곳저곳을 훑어본 후 연못으로 향했다. 무성하게 솟은 연잎들... 작은 물결 위로 수련들이 크게 번져있었다. 평화로웠다.

“오랜만에 나온 것 같아요.” 맞다. 사역에 쫓기고 몸 돌보기에 정신이 없어 교역자들에게 소홀했다. 누구보다도 깊이 소통하고 마음을 나눠야할 우리들임에도 핑계만 쌓이고 관심은 적어졌다. “그러게요. 바빴네요.” 미안한 마음에 셋이 사진을 찍었다. 참 어색했다. 함께 사진 찍은 것이 처음 같았다. 가까이 있기에 소홀할 수 있는 것들... 오늘 할 수 있지만,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는 일을 한 것 같았다. “오길 잘 했어요.” 미소가 번졌다. 따뜻한 마음을 안고 교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