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웠다. 내심 걱정되었다. “혹시라도 감기 걸리시면 어떡하지? 연세가 있으신데...” 공사며, 행사며, 담임목사 체력이며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1년이 넘어버렸다. 실버들이 잘 참아주셨다. 몇 번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상황이 정리되면 그때 가자고 거절하셨다.

하지만 내가 우겼다. “이번에는 꼭 갔으면 좋겠어요.” “목사님, 정 그러시면 가까운 데로 가요.” 20분 남짓 되는 마장호수 출렁다리로 장소를 정했다. 이전도사님께서 그래도 어머님들은 꽃이라고 우기셔서(?) 나리공원 천일홍축제까지 곁들이기로 했다.

꿈을 꿨다. 날씨예보가 신경 쓰였나보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자다 깨서 기도했다. “하나님 이런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웃을 일만 있게 해주세요.” 새벽녘 교회에 나왔더니 바람이 쌀쌀했다. 전체문자를 보냈다.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바람이 찹니다.”

남성 실버들이 늠름하게 교회에 오셨다. 어머님들이 하나둘씩 스카프를 두르시고 모이셨다. 시간이 다 되어 스타렉스를 빌리러 이웃교회에 갔다. 아뿔싸, 연락이 안 된다. 발을 동동 구르며 30분을 기다렸다. “그냥 승용차 두 대 추가해서 가요.” 참여인원 30명, 차량 4대... 계획과 다른 시작이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기도했다. “하나님, 어려움이 있어도 기쁨으로 이겨내게 해주세요.”

바람은 쌀쌀했지만 햇볕이 따뜻했다. 차량은 좁았지만 마음이 넉넉하셨다. 전망대카페에 올라서 권사님 두 분이 쏘신 커피를 마셨다. 식당사장님은 어르신 대접한다고 식사에 더 신경써주셨다. 천일홍축제 가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따뜻한 쌍화차 한잔으로 마무리했다.

“목사님 저희가 저녁을 대접할게요.” 1남전도회에서 통 큰 제안을 하셨다. “그러면 따뜻한 동태찌개 먹으러 가요.” 보글보글 끓는 찌개, 웃음꽃이 폈다. 감사했다. 어려움을 이기는 하나됨의 기쁨을 발견했기 때문에... 함께 애쓰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교우들,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