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이 된 후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는 새벽마다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부목사 시절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예배에 출석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365일 매일 출석, 매일 설교’는 솔직히 ‘고통스러운 은혜’이다.

배부른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교회에 부임하면서 매일 밤을 편하게 잠들어본 적이 없다. 한두 달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불편한 긴장감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휴가를 가서도 새벽강단에 서는 꿈을 꾸었다. 아찔함에 눈을 떠보니 새벽기도 시간이었다.

새벽기도회는 한국교회의 독특한 문화이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은 매우 신기하게 여긴다. 물론 예수님께서 새벽에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다는 말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에서 새벽기도가 상식이 된 이유는 우리 민족의 기도에 대한 특심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증거이다. 새벽에 기도함으로 가정이 일으켰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음으로 나라를 세웠다.

그런데 요즘 새벽기도에 대한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의 새벽기도의 기원이 한국초대교회 목사의 선도(仙道)를 수련하는 습관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적 근거가 빈약한 기복적인 새벽기도 문화를 굳이 계승할 필요가 있냐는 ‘새벽기도 무용론’이다.

이러한 주장은 분명 어느 정도 근거도 있고 일리도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쌓아온 새벽기도의 영성을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옳은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의 새벽기도의 현실을 직시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내가 가장 심각히 생각하는 문제는 한국교회가 예전처럼 기도에 열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새벽예배에 참여해도 기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교회 가운데 점점 기도가 말라가고 있다. 기온은 떨어지고 날이 추워진다. 새벽에 일어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지금 다른 어느 순간보다 새벽을 깨워야 할 때다. 다시 기도의 불을 붙여야 할 때다. 고통스러운 은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담 뒤에 기다리는 하나님의 역사를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