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마음이 부산했다. 설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아침을 먹은 둥 마는 둥 하고 병원을 향했다. 담당의사를 만났다. “상태가 많이 호전됐네요. 인슐린주사를 끊으셔도 되겠어요.”

이 말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매일 점심, 남몰래 배에 주사바늘을 찌르는 긴장감이 이제 사라지나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급히 자리를 일어서는 나를 붙잡고 의사선생님이 말을 덧붙이셨다. “교육받고 가셔야해요. 환자분 상태에 맞게 지도해주실 거예요.”

4층 세미나실로 올라갔다. 잠시 후 환자들이 한둘 모이고 흰 가운 선생님들이 들어왔다. “잘 오셨어요. 이름 부르겠습니다. 박성민 환자” 그래, 나는 환자다. 그것부터 알아야하나 보다 싶어 순종형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복수치가 얼마인가요?” “87이라고 들었어요.” “그럼 당화혈색소는요?” “그건 말씀을 안 해주시던데요.”

조금 기세에 눌렸다. 아니나 다를까 뒤이은 말씀이 마음을 쑤셨다. “10이에요. 당지수로 따지면 240정도입니다.” “한 달 동안 그 수치가 나온 적이 없는데요? 그리고 많이 호전되었다고 하셨구요.” “이건 평균혈당지수라 2-3개월간의 수치가 반영된 겁니다. 그리고 호전되었다는 말씀은 위험하지 않다는 거구요. 여전히 관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급 반색 후 급 냉담... 내 욕심이 과했다 싶었다. 그래, 어떻게 한 달 만에 완치할 수 있겠는가? “한 달 측정치를 보니까 스트레스 요소가 제일 영향을 많이 주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트레스 받지 마셔야죠. 그리고 심호흡을 자주 하세요.” 나는 그 말이 하나님 말씀처럼 들렸다. 영혼의 심호흡, 기도하라는 말로 들렸다.

육신의 스트레스는 심호흡으로 풀릴지 모르나 결국 마음과 영혼의 쌓인 짐들은 기도로 풀어내야한다. 내려놓지 않는 영혼의 무거운 짐은 육신의 질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절반의 성공... 이것도 큰 감사제목이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심호흡을 크게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