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항상 아이에게 놀란다. 나를 닮은 모습에 놀라고, 나를 닮지 않은 모습에 놀란다. 아이가 갑자기 커버린 것에 놀라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애 같은 모습에 놀란다.

베트남으로 휴가를 떠났다. 비용을 생각하다가 저렴한 패키지를 선택했지만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 동안 나는 아이들 때문에 두 번 놀랐다. 먼저 아들 요셉이 때문에 놀랐다. 생각보다 많이 성장해있었다. 가끔씩 어른다운 소리도 하고 제법 점잖은 생각도 했다. 이제는 아들을 더 친구처럼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 그러면 영영 대화 줄이 끊길 것 같아 좀 긴장을 했다.

딸 예지에게 놀랐다. 솔직히 요셉이보다 더 놀랐다. 나는 몰랐다. 딸이 그렇게 친구를 좋아하는지... 교제에 적극적인지... 그리고 목표를 위해 끈질기고 집요한(?)지를... 같은 버스로 3-4가정이 동행했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있었다. 물론 그중 제일 늙은 부모는 나였다.

하루가 지나자 예지는 아이들과 절친이 되었다. 아빠 손도 뿌리치고 엄마 품도 마다할 만큼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들이 되었다. 아이들은 여행지마다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놀라운 것은 이 무리의 대장이 예지였다. 회원관리, 활동제안, 스케줄 조정까지 예지가 앞장섰다.

“여행 왔는데 가족과 더 같이 있으면 안 될까?” 예지가 대답했다. “미안, 내가 아이들을 챙겨줘야 해... 대신 밤에 같이 있잖아.”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부등호가 점점 가족에서 친구로 기울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와 나는 좀 씁쓸했다. “그래, 언젠가는 우리를 떠나겠지? 미리 마음 준비해야겠네.” 아내 왈 “나는 이미 준비하고 있어요. 최대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 해요.”

돌아오는 날, 아이들은 헤어짐이 아쉬워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속으로 울었다. 울음의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섭섭함은 아니었다. 그렇다. 사랑이란 놀랄 일들에 미리 대비하는 애절한 담담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