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마음 한편에 짐이 있었다. 3년 반 동안 앞만 바라보며 사역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아닌지... 해야 할 일에만 정신을 빼앗겨 더 소중한 가치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와보라데이를 마치고 한번은 점검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교역자들을 모았다. 그리고 무작정 상의 없이 날을 잡고 “교역자수련회”를 떠났다.

“목사님, 어디로 가요?” 사실 새벽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원래 준비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갑자기 일시정지가 되었다. 이런저런 교회일로 머리가 복잡했다. 괜히 일을 더 만든 게 아닌가 싶어 후회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지혜를 주시고 마음을 열어주세요. 갈 길을 인도해주세요.” 지인에게 카톡이 왔다. 그리고 행선지를 정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그리고 그렇게 주먹구구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도착한 곳은 인천의 한 해변이었다. 맛난 식사, 무섭도록 정겨운 갈매기, 그리고 조용한 카페... 생각해보니 이렇게 교역자 부부까지 모인 것이 처음이었다. 사실 말씀을 준비해가고, 나름의 프로그램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성령께서 마음 가운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먼저 들어라.”

교역자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무엇보다 여름행사를 앞두고 긴장한 상태였다. 가장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사역들인데 먼저 지쳐있으니 힘들 것이 뻔했다. 지난 시간에 대해 얘기했다. 3년 반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몇 번은 정말 견디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들을 넘겼다. 힘겨운 시간이 지나갔다.

내 생각대로 된 것도 없고 내 힘으로 버틴 것도 없었다. 다 하나님의 은혜대로 되었다. 그리고 이만큼 여기까지 주님이 우리 교회를 돌보아주셨다. “여기까지 온 것도 은혜입니다. 감사할 뿐이고...” 함께 웃었다. 굳이 더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함께 느꼈다. 에벤에셀 하나님, 장래에도 인도하실 하나님... 우리는 주님만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