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생활 10년 사이에 늘어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먹사역으로 늘어난 뱃살이요. 다른 하나는 문서작업능력이다. 신대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PPT와 뽀샵을 붙들고 싸워온 지 15년이 넘었다. 담임 되면 안하나 싶어 기대했더니 여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

문서작업은 의외로 힘들다. 아니 정말 어렵다. 정식으로 배우지 못한 프로그램을 얼추 사용하느라 어렵고, 빈 공간 채울 내용을 찾지 못해 힘들다. 어떨 때는 뼈 빠지는 고통을 느낀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진심 그렇다. 이번 경우가 그랬다. 와보라데이 초청엽서 작업하느라 꼬박 밤을 샜다. 얼굴 대충 씻고 새벽강단에 섰다. 교우 한분이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엄청 피곤해보이세요.”

그런데 투자한 시간만큼 결과물이 만족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속상하다. 대개의 경우 이렇다. 마음속으로 말한다. ‘전문가도 아닌데 이 정도 했음 됐지. 뭐’ 하지만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 전도사님이 말했다. “목사님, 이제 다른 데 맡기세요.” 나도 그러고 싶다. 맡겨 본 적도 있다. 그러나 마음이 차지 않았다. 욕심이 많아 그런가 보다.

엽서를 받고 쉽게 지나치거나 대충 보고 던져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엽서를 보고 마음이 열릴 사람을 생각하면 대충 할 수가 없다. “하나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요?” 줄이 잡히지 않았다. 몇 주 동안 심장 위에 돌처럼 놓여있었다. 그러다가 하나님 품이 생각났다. 따뜻함, 그리고 아픔...

이전도사님에게 카톡이 왔다. “좀 찾아봤는데 참고하세요.” 세 장의 그림이 왔다. 모두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으시는 장면이었다. 통했다. 놀랐고 감사했다. 하나씩 정리하며 작업을 마쳤다.

한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이런 작업 잘하시는 분이 교회에 오셨으면 좋겠다.^^;; 와보라데이가 조금씩 준비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금식하고 기도하며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