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이가 돈 계산을 하고 있다. 상당히 심각해보여 곁에 가서 물었다. “뭐하니?” “아빠, 용돈이 모자라요.” “뭘 그렇게 많이 썼는데?” “그게 아니라 엄마 생일파티 하는데 부족해요.” 갑자기 녀석이 대견해보였다. 이제 엄마생일 챙기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뿌듯했다.

“파티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데?” “이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려구요. 엄마 좋아하는 파스타 사주려고 그래요. 그려면 엄마 19,800원, 예지하고 나는 싼 거 먹으면 6,900원×2” 갑자기 뒷골이 댕겼다. “야 이 녀석아, 나는... 왜 아빠는 빼먹어?” “아빠는 밖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잖아요. 그리고 저녁 먹으러 잘 안 오잖아요.”

억울한 기운이 배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너는 엄마 밖에 없니? 니가 사주면 내가 먹지. 왜 나를 빼?” “안돼요, 돈이 모자라요. 아빠는 다음에 사줄게요,” 아내를 찾아가서 말했다. “얘가 너는 사주고 나는 안 사준대. 부모를 차별하네.” 그런데 아내의 대답이 날카로웠다. “당신도 엄마를 더 챙기면서 뭘...”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잘 모르고 지내는 것 같다. 나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남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나에게는 관대하고 이웃에게는 엄격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잘못된 계산에 사로잡혀 사는 것 같다. 요셉이가 모자란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정말 좋은 생일파티-아빠도 참여하는-를 하고 싶었다면 아빠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될 것을... 그러면 지갑을 열렸을 텐데... 우리 역시 돈에 매이고 계산에 매여 하나님의 도우심을 생각지 않을 때가 많다.

자존심을 접고 요셉이에게 말했다. “나도 끼워줘, 보태줄게.” 아내가 미안한지 뒷수습을 했다. “요셉아, 용돈을 가불받으면 되잖아.” 씁쓸한 웃음으로 결론을 맺었다. 앞으로 가족에게 잘해야겠다. 저녁식사를 빼먹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하나님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