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파트 주민 한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작은 공간, 낯선 사람과의 몇 초가 다른 몇 분보다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날 역시 약한 미소를 머금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색함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어, OOO엄마, 나 지금 집이지... 어휴 너무 비싸. 아이들 특기교육이 다 십만 원이 넘고, 장난감 사면 몇 만원은 후딱이야. 애들 아빠? 그 인간 맨날 비협조적이지. 들어오면 문 닫고 들어가기 바쁜데 뭐”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씀하셨다. 순간 온몸이 뜨끔하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대한민국 엄마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며, 대한민국 아빠들이 듣는 “그 잔소리”임이 분명하다. 괜히 미안해서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입으로 인사하고 내렸다. 집에 들어와서 괜히 애들을 불러서 안아줬다. 죄지은 사람마냥 아내에게 상냥한 퇴근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책상에 혼자 앉았다. 이게 뭔가 싶은 가벼운 자괴감이 들었다.

예전보다 분명 애 키우기 좋은 환경이지만 엄마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미국생활 할 때 보던 최신 교육기재며 시스템들이 주위에 흔해졌는데 엄마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애 키우기 점점 힘들다고...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기대치가 많이 높아졌고, 교육의 목적이 비뚤어졌기 때문이다.

물컵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는 슈퍼갑 재벌가를 보면 많은 돈과 좋은 교육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여기며 욕심에 붙잡혀 사는 엘리트 법조인들을 보아도 명문대학이 꼭 명문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철 지난 발상인지 모르나 아이들을 좋은 학원에 못 보내도, 원하는 것 다 못 사줘도 좋은 사람으로 양육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가장 좋은 선생은 부모이며 가장 좋은 교육시스템은 가정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 가정을 돌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래, 주님이 우리 교장선생님이시다. 그것도 매우 능력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