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같으면 수신거부를 했을 텐데 그날따라 덜컥 통화를 눌러버렸다. “박성민 목사님?” “예 누구시죠?” “저는 OO교회 △△△목사입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 하지만 목소리가 워낙 점잖으셔서 공손히 대답했다. “어떤 일이신가요?”

그 목사님이 우리 교회의 안부를 여쭈시더니 용건을 드러내셨다. “이번 3.1.절에 구국기도회가 열리는데 참여를 권고하려고 전화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빠져서 교회들이 함께 기도하려고 합니다.”

나는 본성적으로 권위적인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세울 권위도 없지만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분위기를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이 없어도 일부러 일을 만들어 참여하지 않는 못된 버릇이 있다. “목사님, 죄송하지만 제가 교회행사 때문에 힘들 것 같네요.”

3월 첫날이 되었다. 청년부 수련회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에 굶주린 사람처럼 이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눈을 떠보니 땅거미 내려앉았다. 거실에 가서 뉴스를 틀었다. 3.1.절 집회기사가 보도된다.

광화문에는 세 개의 집회가 열렸다. 3.1.절 기념행사, 태극기집회, 그리고 구국기도회... 예상대로 태극기집회는 과격하게 끝났다. 충격적인 것은 구국기도회였다. 강사들의 과격한 언행,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 기도회라고 하기엔 많이 부끄러웠다. 정치적인 발언에 “아멘”과 “주여”가 잇따랐다. 갑자기 그 전화가 떠올랐다. “아 이거였구나.”

누군가가 말한다. 청와대에 주사파가 절반이 넘어서 나라가 북한에 넘어가게 생겼다고... 4월에 큰 전쟁이 일어나서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더니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다고 핀잔을 주셨다. 그게 아닌데... 하나님이 지켜주시는데...

폭풍이 온다면 먼저 마음일 것이다. 마음을 지키면 주의 평안이 우리를 지킨다. 세상이 알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평안... 제발 믿는 사람만큼은 이 평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