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 연휴가 지나갔다. 이번 설은 주말과 연결되면서 예년에 비해 명절 분위기가 덜 했던 것 같다. 하루는 본가, 하루는 처가, 마지막 하루는 예배준비... 이렇게 3일을 채웠더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주말 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TV를 켰다. 동계올림픽 중계, 파일럿 예능으로 도배된 방송 사이로 열심히 리모콘을 돌렸다. 그러던 중 불쑥 눈에 들어오는 화면이 있었다. “금요극장 빠삐용” 고전 중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1973년 영화가 주말 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영화이지만 너무 어려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간간히 떠오르는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영화 같았다. 아내는 주인공이 독방에 갇혀 벌레를 먹는 모습을 보고는 기겁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평화로운 1인 시청”이 시작되었다.

10여년의 감방생활, 끊임없는 탈출시도,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청년 빠삐용은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돼버렸다.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노인 빠삐용... 그에게 바다는 자유를 향한 동경이자 꿈을 위한 시험이었다. 친구는 붙잡으며 말했다. “이번에 자넨 죽을지도 모른다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바다로 향했다. “아마도”

중년이 되니 비로소 이 모습이 이해되었다.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식지 않은 꿈은 우리를 위험으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꿈을 간직한 사람은 겁내지 않는다. 위험을 넘어선 기쁨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교회에 처음 부임하던 날, 그렇게 꿈을 꾸었다. 그리고 몇 번의 시험과 위험 속에서도 그 꿈을 붙잡고 이겨냈다. 주님이 소망하는 참 교회를 세우는 꿈, 사람 살리는 생명의 통로를 만드는 꿈...

그렇게 3년을 달려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바다에 뛰어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련다. 이 꿈이 나와 우리, 그리고 주님을 행복하게 만들 것을 믿기 때문이다. 너무 감상적인 생각일까? 그래도 지금만큼은 철없는 사역자, 꿈꾸는 목사로 남아있고 싶다.